이제는 저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누군가가 돌아가셨다는 부고장을 가끔 받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우리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자주 떠올릴까요?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장례 방식인 매장과 화장은 문화와 종교에 따라 자연스러운 선택처럼 여겨지지만, 이 방식들조차 지구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은 이제 많은 이들이 고민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최근에는 삶의 마지막을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마무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친환경 장례' 혹은 '그린 장례(Green Burial)'라는 새로운 문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통 장례 방식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친환경 장례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대안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전통 장례 방식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통적인 장례 방식에는 매장과 화장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매장은 공간을 차지하고, 화학 물질을 사용하는 과정이 포함되며, 화장은 높은 온도의 화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가 큽니다. 매장의 경우, 시신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포름알데히드나 기타 방부제를 사용한 방부 처리(Embalming)를 하게 되는데, 이 화학 물질은 토양에 흡수되면서 지하수 오염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관은 방수 처리된 금속이나 코팅된 나무로 만들어져 분해되기 어려우며, 무기물과 화학 물질이 땅에 남게 됩니다. 화장은 상대적으로 공간을 덜 차지하긴 하지만, 문제는 에너지 소비량입니다. 시신 하나를 화장하는 데에는 약 1,000도 이상의 고온이 필요한데, 이때 많은 양의 가스가 사용되고,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가 함께 배출됩니다. 특히 도시 밀집 지역에서 화장장은 공기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로도 지적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당연한 절차'로 생각했던 장례 문화도, 환경 측면에서 다시 돌아봐야 할 시점이 되었습니다.
친환경 장례란 무엇일까?
친환경 장례는 자연으로의 순환을 최대한 해치지 않으면서 장례 절차를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자연분해가 가능한 재료를 사용하고, 불필요한 화학물질이나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으며, 생태계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을 중심 철학으로 삼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그린 매장(Green Burial)'이 있습니다. 이는 방부 처리 없이, 생분해 가능한 관 혹은 천으로 시신을 감싸 자연적으로 분해되도록 매장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토양의 생태계를 해치지 않고, 공간도 최소화하며 장례가 진행됩니다. 또 다른 예로는 '자연장(樹葬, 수장)'이 있습니다. 이는 나무 밑이나 수목장지에 유골을 뿌리는 방식으로, 최근 한국에서도 법적으로 허용되면서 점점 대중화되고 있습니다. 인위적인 구조물이 아닌 자연에 유골을 흩뿌려 '자연 속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정서적으로도 위로가 되는 방식입니다. 그 외에도 최근에는 '인체 퇴비화(Human Composting)'라는 장례 방식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는 일정 기간 동안 시신을 미생물과 함께 퇴비화하여 땅에 되돌리는 방식으로, 미국 일부 주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친환경 장례의 최신 트렌드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방식들은 공통적으로 '자연에 피해를 주지 않는'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장례 문화마저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친환경 장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친환경 장례는 단지 '환경 보호'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는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태도 자체를 바꾸는 철학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마지막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며, 후손에게 부담을 남기지 않고, 생명과 환경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실천하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친환경 장례는 경제적인 부담도 줄일 수 있습니다. 전통 장례에 비해 시설 이용료, 관, 묘지 등 부대비용이 적거나 없기 때문에 비용적으로도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는 '심플한 장례'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장이나 수목장을 선택하는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또한, 정신적으로도 치유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장례가 꼭 무겁고 슬프기만 한 절차가 아니라, 고인을 자연 속에서 기억하고, 살아 있는 가족들도 그 공간에서 다시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나무를 심고, 그 아래 고인을 묻으며, 매년 그 나무 아래에서 고인을 추억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아름다운 이별도 없겠지요. 즉, 친환경 장례는 환경과 경제, 정서적인 차원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
물론 우리 모두가 당장 친환경 장례를 선택하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 글을 읽은 지금부터 의식적인 선택을 하는 것만으로도 변화는 시작됩니다. 첫째, 친환경 장례 방식에 대해 가족과 이야기 나누기 - 우리 사회에서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이 주제를 자연스럽게 꺼내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됩니다. 어떤 방식으로 이별을 맞이하고 싶은지, 어떻게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지에 대해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둘째, 수목장이나 자연장을 제공하는 장례 업체 정보 찾아보기 - 최근에는 여러 장례 업체에서 친환경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평소에 정보를 수집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실제로 고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을 때는 준비할 시간 없이 전통 방식을 따르게 되기 마련이니까요. 셋째, 관심을 공유하고, 더 널리 알리기 - 이 글을 친구나 가족에게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작이 됩니다. 친환경 장례라는 개념 자체가 아직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작은 이야기 하나가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마치며 : 생의 끝에서 시작되는 또 다른 순환
우리는 결국 자연으로부터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삶의 마지막을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마무리한다는 건, 단순히 한 사람의 죽음을 넘어서 지구와 함께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반영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친환경 장례는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동안의 철학을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가는 방식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지속 가능성 아닐까요? 이제는 우리도 삶의 마지막까지 환경을 생각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때입니다. 마지막 이별조차 아름답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오늘부터 조금씩 준비해보면 어떨까요? 내일은 우리집에 아들, 며느리, 손주들이 오기로 약속되어 있습니다. 우선 마음을 터놓고 어떤 방식으로 이별을 맞이하고 싶은지 서로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